Q. 초고수들은 수학이나 물리 전공서들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독파하나요? 예제들을 다 풀고 넘어가는 건가요, 아니면 너무 자명하니까 넘기는 것인가요?

 

A. (2020. 01. 13)

저도 이따금 하루 안에 전공서를 읽곤 합니다. 어떻게 하는지 말씀드리면, 우선 당연히 모든 것을 바로 이해하고 넘어가지는 못합니다. 물론 그 어떤 예제도 풀고 넘어가지 않죠. IQ 같은 것을 떠나서 저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들도 이와같이 한다고 확신합니다.

 

전산학에서 나오는 Depth first(깊이 우선)와 Breadth first(너비 우선)에 대해 아신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겁니다.

 

대부분 사람들은 전공서를 볼 때 처음부터 읽기 시작합니다. 선형적으로 읽는 것이죠. 방금 읽은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보통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. 도저히 모르겠거나 인내심이 바닥났을 때, 사람들은 포기하고 "너무 어려워"라고 말하곤 합니다. 이 방식은 Depth first입니다.

 

제가 하는 방식은 Breadth first에 보다 가깝습니다. 우선 책을 훑듯이 읽으며 큰 범주에서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해봅니다. 그후 각 부분을 읽어보면 쉽게 어떤 주장이 있으며 그 근거는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. 이때 이게 논리적으로 맞는지 모든 스텝을 확인해볼 필요는 없습니다. 저자를 믿기 때문이죠.

 

만약 매우 중요한 전공서라면, 몇번이든 다시 읽으며 주제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면 됩니다. 만약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, 더 깊게 파고들어가 수식 한줄 한줄 따라가볼 수 있습니다. 원한다면 예제도 풀어볼 수 있겠죠. 당연히도 이렇게 한다면 내용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됩니다.

 

하지만 말입니다. 열심히 수식을 공부한 다음에 당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, 결국 그 디테일한 부분은 잊어버리게 됩니다. 몇년 전에 공부했던 책들을 생각해보세요. 기억나는 것은 중요한 부분과 보다 넓은 개념 뿐입니다. 그럼 나중에 기억할 부분만 빠르게 공부하는 것이 모든 디테일을 공부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일까요?

 

사실 이 방법은 여러분이 공부하려는 해당 분야의 기초가 매우 튼튼할 때만 적용됩니다. 예를 들어 물리학자인 저는 최근 물리화학 책을 하루 이틀 정도 읽었습니다. 이제 물리화학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죠. 이는 만약 10년 전에 물리화학 강좌 전체를 수강했을 시 생겼을 지식의 반절만큼이나 될 수도 있습니다. 그후 지금까지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을만한 지식만 공부했기 때문이죠.

 

저보다 똑똑한 사람들은 물론 저보다 좀 더 깊게 이해를 하고 더 많은 부분을 기억하겠죠. 하지만 그들 역시 저처럼 비선형적이고 Breadth first 방식으로 공부함은 다름이 없습니다. 관심가는 부분만 공부를 하는 것일 뿐 모든 내용을 정직하게 다 독파하지 않습니다.

 

저는 어떤 분야를 공부하든 이렇게 현실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을 추천합니다. 지식을 늘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, 특히 지식의 폭을 빠르게 늘릴 수 있습니다. 이렇게 얻은 지식을 사용하다 보면, 가끔 더 깊이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. 하지만 앞으로 사용하지 않을, 곧 잊을 예정인 부분을 깊게 파고들지 않도록 유의하길 바랍니다.

 

 

출처: https://qr.ae/pNn4j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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